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
유차영 한국유행가연구원장

우리 고유의 통속적인 절창(絶唱), 뜨거운 아랑가(我浪歌) 경연 열기가 식지 않는다. 오히려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통칭 트로트 스핀오프(spin off) 현상이다.

이처럼 활활거리는 트로트(trot)라는 용어는 애초부터 아랑가로 명명했어야 했다. 60여 년 전에 이미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누구도 제안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아랑가로 바꿔야 한다. 늦었지만, 기발하고 적절한 제언이며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아랑가는 우리 고유의 노래 아리랑(我理朗)과 대중들의 이목흉영(耳目胸靈), 눈과 귀와 가슴과 영혼이 아우러져 입으로 탄성(灘聲)하듯 흥얼거리는 가요를 합친 말이다.

아리랑이 우리 고유의 유행요(流行謠)임은 1894년경 동쪽 바다 건너 나라 사람들이 먼저 인정했었다. 아리랑은 조선의 유행요(流行謠)라고.

그러니 아랑가라고 통칭함은 가장 고유한 우리의 것인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깊은 옹달샘에서 흘러나온, 감성의 곡성(曲聲)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 걸친 미스트롯3 경연에서, 수기조성(水氣遭聲)의 목소리를 타고난, 비범가객(非凡歌客) 빈예서가 나타났다. 아래로 흘러가는 강 물결과 물결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공기가 스칠 때 발생하는 소리를, 천연스럽게 내지르는 가수다. 빈예서는 2012년생이다.

그녀의 목청을 통과한 절창 여럿 중에 하나가 문연주 원곡의 <도련님>이다. 이미자의 <모정>과 통하는 열창이었다. 빈예서의 목소리는 세차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물살의 수면 위를, 쏴아~ 하며 스쳐 오르는, 바람과 물결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같다.

물리적으로, 기계적으로 제조해낼 수가 없는 소리다. 소리의 결과 향기가 특이하다. 그래서 빈예서는 목소리의 천재라고 해야 한다. 이에 더한 특유한 가창 스타일, 이슬 안개 같은 감정이입은 타고난 재능에 더하여 갈고 닦은 옥(玉)이다. 절창 <도련님>이 그 증거다.

도련님 도련님 / 한양 가신 우리 도련님 / 불러도 대답 없고 / 기다려도 오지 않는 / 무심한 우리 도련님 / 오늘 밤 도련님께 고백할래요 / 도련님을 짝사랑했다고 / 사랑하면 안 되나요 / 좋아해도 안 되나요 / 향단이도 여자랍니다 / 도련님 오시는 날 / 도련님 오시는 날 / 내 가슴에 점 하나 찍어주세요.

<도련님> 노래의 모티브는 춘향전이다. 노랫말 속의 향단이가 그 징표다. 옛 소설이 유행가로 환생한 것이다. 트로트 장르 노래가 득세하는 21세기 1/4의 세월이 지나가는 시절을 어떻게 음유해야 할까. 미스트롯에 뒤이은 미스터트롯 광풍의 감흥 발원 점은 어디일까.

왜, 2024년 봄 절기까지 미스트롯3는 활활거릴까. 왜, 대중들은 아랑가 유행가에 몰입하는가. 이 노래는 전주곡으로 울려 퍼지는 피리 소리, 가야금과 국악기를 아우른 반주 앙상블도 고사가요(古詞歌謠)의 찰진 흥을 더한다.

<도련님> 노래의 모티브 춘향전은 작자·연대 미상 소설로 70여 종이 전해온다. 줄거리는 남원기생 성춘향이 광한루에 그네를 타러 나갔다가, 사또의 아들 이몽룡을 만나 장래를 언약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이 남모르는 사랑을 하던 중, 사또가 서울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서로 멀어진다.

하지만 춘향은 지조를 지키느라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지만, 새로 부임한 변 사또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다. 춘향은 죽기를 무릅쓰고 신관 사또의 요구를 거절하다가 옥(獄)에 갇혀 죽을 위험에 처한다.

이때 암행어사가 되어서 남원 땅으로 비밀리에 내려온, 이몽룡이 춘향의 목숨을 구하고 함께 서울로 올라가 평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2절 노랫말은, 향단의 가슴팍을 애절하게 녹아내리게 한다.

도련님 도련님 / 평양 가신 우리 도련님 / 불러도 대답 없고 / 기다려도 오지 않는 / 무심한 우리 도련님 / 오늘 밤 도련님께 고백할래요 / 도련님을 짝사랑했다고 / 사랑하면 안 되나요 / 좋아해도 안 되나요 / 향단이도 여자랍니다 / 도련님 오시는 날 / 도련님 오시는 날 / 내 가슴에 점 하나 찍어주세요.

춘향 아씨를 시중들면서 이 도령을 향하여 곁눈질한 향단이의 속내가 미쁘다. 얼마나 간절했을까. 구중궁궐의 비(妃)도, 그녀 곁에서 서성거리는 나인들도, 저잣거리 주막집에서 대포 잔에 막걸리를 따르는 주모의 속살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음이다. 하물며 향단이의 피는 뜨겁지 않았을까.

<도련님> 노래는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이몽룡이 춘향 집에 당도할 때, 가장 먼저 향단이가 맞이하는 상황이다. ‘그때의 향단이 요염섬섬/ 화계상의 봉선화에 물을 주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깜짝 반겨 일어서며/ 도련님, 이제 오시니까~’

도련님~을 애절하게 절규한 문연주는 경기 광주 출생, <힘든 사랑 쉬운 이별>로 데뷔한 가수다. 이후 일본에서 활동하며 10여 장의 싱글과 3장의 앨범을 발표하였고, 엔카 <우키 미나코>(雪港) 등을 히트시켰으나, 아버지 병환으로 귀국한 효녀 가수다.

이후 발표한 노래 <둘이서>, <잡지마>, <사랑은 만병통치약> 등으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국악풍의 간드러지는 창법이다.

12세 빈예서는 눈으로 울지 않고, 가슴으로 울면서 노래를 한다. 이에 대중들은 가슴으로 공감하면서, 눈으로 울면서 공명하고, 영혼의 위안을 받는다. 빈예서는 한국유행가 100년사의 특출한 감성 징검다리다.

최고를 지향하지 말고 최초를 지향하시라. 최고는 99(타인):1(나)의 경쟁이고, 최초는 1(나):1(나)인 무한 천착의 장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느 곳 어느 분야이거나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곳곳이 절박한 낭떠러지라는 의미다.

하지만 내가 나와 경쟁하며, 특정 지향점을 향하여 지속해 나아가면, 끝내는 성공으로 통하는 고속도로 블루로드(Blue Road)가 열린다. 1만 시간의 법칙 지속 반복이다. 이처럼 각각의 지향점은 아카시아 가시 끝과 대추나무 가시 끝이 맞닿는 듯한, 극초점(極梢點)이어야만 한다.

빈예서가 열어 가는 길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천강가객(天降歌客)의 블루로드이다. 따라서 오늘날 풍성거리는 각각의 노래 경연 목적은, 등위(等位)를 결정하는 것보다, 천재와 영재를 발견·발굴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연방식도 팀미션을 통한 단체 진출 혹은 탈락방식, 1:1 데스매치를 통한 탈락·배제·중도하차, 패자부활 방식과 같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각각의 출연자를 절대평가 하는 방식으로 검토해보시기를 권한다. 절대평가는 출연 가수들을 스카우트할 기획사와도 연계되리라.

5년여 세월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각종 아랑가(我浪歌) 경연을 눈여겨 성원하면서, 내내 숙고했던 방식이 개인별 절대평가시스템 도입이다. 상대평가는 심사위원 마스터들을 억지춘향·억지춘양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시청률, 경연 진행상의 긴장감과 집중도, 물리적 방송 시간, 선발의 편의성 등등 많은 고려사항이 있으련만, 개인별 절대평가를 통한 천재성·영재성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에 대한 부가적인 메카니즘을 보완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승화·강화되리라 믿는다.

우리 고유의 유행가는 세월의 강물 위에 흘러가는 돛단배다. 이 배는 각각의 유행가가 탄생 당시 시대 이념과 대중들 감성을 아울러서 빚은 막사발을 싣고 있다. 그 막사발 하나하나는 역사 덩어리다. 역사 속에서 살아 웅웅거리는 생생한 유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관습적으로 통용하는 트로트라는 용어를, 우리 고유의 말과 단어인 아랑가(我浪歌)로 변경하기를 거듭 주창한다. 단어 용어의 변화는 이슬비에 옷이 젖듯이 자연스럽게 천이되는 관습과 같다. 그래서 특정 모멘텀(캠페인, 센세이션)이 중요하고, 이는 통용 시간의 장단(長短)과도 연계된다.

필자는 이 주창을 문화체육관광부로 국민제언도 했었지만, 국립국어원으로 다시 문의하라는 회신을 받았다. 우체국 옆에 경찰서, 경찰서 옆에 우체국이라는 답변과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트로트 경연》이라는 말이, 《아랑가 경연》이라는 용어와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통용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하여『노래하는 CEO』독자들의 의미 있는 성원을 앙망한다.

그리하여 훗날로 이어질 아랑가 경연 열풍을 통하여, 빈예서 같은 수기조성(水氣遭聲)의 목소리를 타고난 비범가객(非凡歌客)들이, 저마다 절대평가를 통하여 중도 탈락 없이 발굴되기를 기원한다.

가객과 기획사의 만남은 줄탁동시·줄탁동기와 같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부리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새 생명의 탄생이 순조롭다.

가수의 천재성이라는 가치는 내부적 역량(가수)과 외부적 환경(조력자)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세상(대중)과 소통하는 길이 훤하게 뚫린다. 빈예서의 펜카페는 《빈나는 예서》이다.

한국유행가연구원장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유행가스토리텔러
문화예술교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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