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지역신보가 갚은 대위변제 1.2조…전년 대비 60%↑
자영업자 2금융권 연체율 9년 내 최고…절반 이상 다중채무
소상공인들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하 지역신보)이 대신 변제한 은행 빛이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와 비교해 60%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의 연체율도 9~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21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64.1% 증가한 금액이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준 대출을 의미한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만 해도 4303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576억원,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대출을 아예 상환하지 못한 사고액 규모는 더 컸다. 상반기 사고액은 1조31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4%나 늘었다. 사고액 역시 2021년 6382억원에서 2022년 9035억원, 지난해 2조3197억원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사고액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소상공인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위기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대출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소상공인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폐업 사유로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758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3.8%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2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4.18%에 달했다. 직전 분기 3.16%에서 불과 3달 만에 1.02%p 뛰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2015년 2분기 기록된 4.25%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2금융권 세부 업권별 연체율은 ▲ 저축은행 9.96% ▲ 상호금융 3.66% ▲ 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캐피탈 등) 3.21% ▲ 보험 1.31% 순이었고,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각 2.33%p, 0.93%p, 0.90%p, 0.33%p씩 올랐다.
은행권 개입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1분기 기준 0.54%, 2015년 1분기(0.59%) 이후 9년 내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1분기·4분기보다 각 0.17%p, 0.06%p 더 올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영이 한계에 몰리면서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급증하고 있단 것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의 합이 3개 이상인 채무자를 다중채무자로 분류하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은 178만3000명으로 57%에 달한다. 자영업자가 빌린 대출액 가운데 71.3%인 752조8000만원도 다중채무자들의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대출액은 4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자금난이 가시화되자 정부와 은행권에서도 대책에 나섰다.
먼저 소상공인 지원 측면에선 중기부가 이날부터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전환 보증’을 공급한다. 5조원 규모로 지역신보를 통해 이뤄지는 전환보증은 소상공인이 보유한 기존 지역신보 보증을 전환해 금융기관에서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거치 기간과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한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기한을 이달 말에서 내년 7월 말로 연장했다. 취약하고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연체율 상승, 폐업 등 경영 어려움을 고려했단 설명이다. 내달부터는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대출자를 중심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운용키로 했다.
한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내수 부진을 극복해야 한단 지적도 나왔다.
양부남 의원은 "올해 2분기 역성장과 소비 침체 속에 최근 이커머스 정산 지연 사태까지 발생해 소상공인들의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정부가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할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