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교수, CEO 하계 포럼서 ‘디지털 고객 경험 마케팅 전략’ 강연
“식기세척기가 처음 시장에 진출했을 때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 이유는 비싸거나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설거지는 손으로 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죠. 신기술 도입에 앞서 '고객 경험'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던 겁니다.”
8일 강원도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HDI CEO 하계 포럼에서 이승윤 건국대학교 교수(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는 최근 경제 사회를 휩쓸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서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 경험의 혁신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포럼의 첫 번째 경영 세션을 맡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를 사로잡는 고객 경험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먼저 그는 스티븐 잡스의 “고객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 테크놀로지는 나중에 돌아와서 신경 써도 늦지 않다”란 말을 인용하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도 기술 못지않게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경험이란 고객이 기업을 접하는 모든 접점에서 기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고객의 인식과 느낌의 총합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1300억달러에 불과했던 고객 경험 관련 투자액은 2022년 6410억달러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한들, 고객 경험의 개선이 없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고가 드럼 세탁기인 ‘트롬’은 기술력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내세웠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끼는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보다 친숙하고 공감하기 쉬운 광고로 선회한 뒤에야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이어 아마존이 딥러닝 인공지능과 센서기술 등을 통해 구현한 완전 무인매장 ‘아마존 고’, 정부·지자체·기업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 메타버스 등의 실패도 고객 경험의 고려가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케아의 메타버스는 소비자들이 가구를 집 안에 들여놓을 때 겪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짚는 마케팅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케아는 실내에 미리 가구를 크기 별로 배치해보는 메타버스 스마트폰 기술을 광고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끈 바 있다. 이 교수는 “이케아는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테크 회사로 거듭난 덕분에 무수한 가구 회사 가운데 독보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가 고객 경험을 혁신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회사는 AI를 활용한 칼로리 분석과 식습관 개선이란 상품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금융회사는 보험상품에 AI를 도입해 보다 쉽고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높은 기술력 없이도 고객 경험을 향상시킨 사례로 스타벅스를 들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첫 도입한 사이렌 오더 앱은 언제든 커피를 주문할 수 있게 해 가게에서 줄을 설 필요를 없앤 혁신적인 주문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이는 기술적으로는 단순하나, 커피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즉시성을 확보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고객의 마음에 닿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작은 기술이라도 큰 만족을 제공하면 큰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고객 경험의 핵심 키워드는 ‘정서적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자는 고객들이 자사의 상품, 서비스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거치는지 파악해 지도로 그릴 필요가 있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이 교수는 영국 웨일스대학교에서 소비자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캐나다 맥길 대학교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이후 신한은행·새마을금고·농협중앙회·빙그레 등에서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저서로는 ‘구글처럼 생각하라’, ‘공간은 경험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등이 있다.
한편, 제41회 HDI CEO 하계 포럼은 HDI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주관, 중소기업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를 맡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