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혁 드래곤랩 대표, CEO 하계 포럼서 ‘게임에서 얻는 문화산업 인사이트’ 강연

8일 강원도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HDI CEO 하계 포럼에서 이경혁 드래곤랩 대표가 ‘게임에서 얻는 문화산업 인사이트 Top 10’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혜준기자
8일 강원도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HDI CEO 하계 포럼에서 이경혁 드래곤랩 대표가 ‘게임에서 얻는 문화산업 인사이트 Top 10’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혜준기자

디지털 게임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년 세대들이 즐기는 매체로 거듭나고 있다. 아울러 게임은 선진국 이슈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매체로서 대중문화의 ‘트렌드 온도계’ 역할을 하고 있다.

8일 강원도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열린 HDI CEO 하계 포럼에서 이경혁 드래곤랩 대표는 ‘게임에서 얻는 문화산업 인사이트 Top 10’ 강연을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디지털 게임과 온라인미디어를 연구하는 전문연구그룹 드래곤랩을 이끌고 있다. 게임문화웬집 게임제너레이션의 편집자, 국제게임학회 DiGRA korea의 이사 또한 역임하고 있다. 매일경제 ‘게임의 법칙’, 국방일보 ‘전쟁과 게임’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는 대중문화 전문가다.

이날 이 대표는 각계에서 모인 CEO들과 함께 디지털 게임을 통해 대중문화 산업 전반의 트렌드와 수요 변화를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그는 “광범위하고 빠르게 바뀌어온 게임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은 세대간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이라며 “80년대 ‘테트리스’ 세대와 1990년대 격투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세대,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를 경험한 세대와 현대 게이머들이 같은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있겠느냐. 이 모든 게임들은 서로 천차만별인데도 모두 같은 ‘게임’이라는 틀로 묶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가 청소년‧청년 층을 대상으로 제작된다는 통념과 달리, 대중문화는 중년을 위한 매체로 변화했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90년대의 게임기 ‘컴보이’ 광고는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었지만, 오늘날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는 그 초등학생들이 성장한 유부남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국 대중문화는 가장 인구가 많은 중년 세대가 장기독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화산업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게임계에서 주목 받은 대작 ‘갓 오브 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는 중장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디어의 핵심 타겟이 중년층으로 향하고 있단 근거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9년 90.8%에 달했던 10대 게임 이용률은 틱톡, 유튜브 쇼츠등의 타 매체 경쟁에 밀려 2023년 71.5%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는 “대중 문화산업은 중년 중심으로 재구축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노년 중심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첨단 대중문화는 두터운 기술 인프라를 보유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편향된 문화라고도 진단했다. 비교적 저인프라에서도 원활하게 보급되는 영화와 달리, 높은 수준의 전력 인프라와 인터넷 환경을 요구하는 게임은 특히 선진국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단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는 선진국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회 이슈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 흐름이다. 이 대표는 고성능의 컴퓨터, 서버 등 설비가 필요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게임 업계에선 환경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게임의 주 향유층인 선진국이 빠르게 다인종화됨에 따라 게임의 등장인물 또한 흑인·히스패닉·아시아 인종으로 바뀌는 등 다양화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게임의 다양성 지향은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서 시장의 변화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다양성만큼이나 이슈가 되고 있는 매체 접근성 또한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체장애인 등 소수자의 경우 현대 디지털 게임은 접근성 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다.

이 대표는 오른손이 불편해 일반적인 게임기를 조작하기 어려운 장애인 학생이 한손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만들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게임 접근성 이슈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디지털 게임은 현대 대중문화 변화의 선두에 선 매체”라며 “게임을 살피는 것이 문화 트렌드와 수요 변화를 가장 빠르게 살피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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