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 세계지질과학총회서 긍정적 신호
“정부 지속적 지원·제도개선·산학연 협력·탄소저감 접목 등 필요”
정부가 석유 탐사를 위해 연내 시추를 추진 중인 동해 울릉분지에 대해 지질학 전문가들은 석유탐사에 유망한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 심포지엄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의뢰로 세계 심해 유전의 지질 특성과 동해 울릉분지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울릉분지는 남쪽 부분이 비화산성 수동형 대륙주변부이고 근원암이 성숙해 석유 개발에 유리한 곳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수동형 대륙주변부는 대륙과 해양지각 경계부로 퇴적물이 상당히 많이 축적되는 특성이 있어 석유 개발 잠재력이 큰 곳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가이아나 유전이 발견된 수리남 가이아나 분지와 레비아탄 가스전 등이 발견된 이스라엘 인근 레반트 분지도 수동형 대륙주변부로, 특히 가이아나 유전은 지층 역전이 확인돼 유망 지역을 찾을 때 울릉분지에서도 이런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층 역전이 있어 급격한 퇴적층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이런 기준에 따라 기술적으로 탐사가 어려웠던 심해 탐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에는 석유탐사 유정의 평균 수심이 920m로 깊어지는 가운데 가스와 석유 생산량도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왕고래 구조 주변에 위치한 홍게 시추공에서 코어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를 새로 공개했다. 그는 이 시추공에서 얻은 샘플에서 확인된 사암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존에 1500만년 전으로 추정했던 것과 달리 1250만년 전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 시기는 큰 의미를 가지는 퇴적 연대로 저류지가 1200만~1300만 년 전으로 관찰된다”며 “1400만년 전부터 역전이 있다가 홍게의 사암층이 퇴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2032년까지 동해 심해와 남해, 서해 3차원(3D) 탄성파 탐사 자료를 수집하고 유망 구조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현영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처장은 “현재 심해 지역에서 7개 유망구조를 도출했고 탐사 자원량은 35억에서 140억 배럴 수준으로 평가한다”며 “1공 시추를 올해 12월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동해 제1 가스전보다 4배 큰 가스전 탐사가 목표”라며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은 11조원, 울산 지역에 94년간 공급이 가능한 양으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저류층과 같은 석유를 품은 구조에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릭 스토 영국 해리엇와트대 명예교수는 “저류층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홍게 시추공의 정보는 흥미롭다”며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다른 사례들을 비교해보고 침투성이나 입자 크기 등을 알아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곽원준 석유공사 본부장은 “유망성을 평가할 때는 석유를 생성했냐, 저류층이 있냐, 저류층 질은 어떻냐, 트랩 형성 네가지를 보는데 울릉분지는 기존 시추와 물리탐사로 다 판단됐다”며 “주작 구조에서는 114m 두께 양질의 사암층을 발견했고 대왕고래 저류층과 동일한 시대 사암층인 만큼 사암층 존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석유탐사 작업이 중장기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한 환경 조성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석유공사의 광개토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석유탐사 작업을 한 목소리로 반기며,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산학연의 협력, 그리고 탄소저감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신재생 에너지로의 단계적 전환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