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후보물질 도입…3년 뒤 파이프라인·R&D 플랫폼 갖춰
암세포 진단·소멸 의약품…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 겨냥

방사성의약품(RPT)의 구성과 작용 기전. 사진/SK바이오팜
방사성의약품(RPT)의 구성과 작용 기전.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차세대 3대 모달리티 중 하나로 선정한 방사성의약품(RPT) 사업 로드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올해 들어 후보물질 도입과 원료 공급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데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추가 파이프라인과 자체 R&D 플랫폼 등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 경쟁이 시작되지 않은 RPT 분야에서 선도적인 리더가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K바이오팜은 30일 컨퍼런스콜을 열고 RPT R&D 계획과 향후 청사진 등을 밝혔다. 연사로는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나섰다. RPT란 방사성 물질을 활용해 암세포를 진단·소멸시키는 의약품을 말한다. 항체나 펩타이드·저분자화합물 등을 활용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전달해 파괴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글로벌 RPT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63억달러(약 8조2933억원)에서 오는 2026년 89억달러(약 11조7159억원)으로 연평균 8.7%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방사성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과 방사능을 다뤄야 하는 복잡성은 물론 주요 원료인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에서 'NTSR-1(뉴로텐신 수용체)'을 타깃하는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FL-091)'을 기술도입해 글로벌 R&D와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NTSR-1은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로 SKL35501은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Ac-225를 전달할 수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SKL35501은 자사가 방사성의약품 밸류체인을 구축해 연구 중인 Ac-225를 활용한 후보물질"이라며 "현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PSMA 타깃(전립선암) 등에 비해 경쟁 정도가 낮고 다양한 적응증을 기대할 수 있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NTSR-1을 타깃하는 후보물질은 SKL35501을 포함해 약 2종 정도에 불과하다.

이후 지난 29일에는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알파 핵종 방사성 동위원소인 'Ac-225'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c-225는 주로 사용되는 Lu-117 대비 반감기가 최대 10일로 길고 피폭 범위는 훨씬 작은 것이 특징이다. Lu-117보다 암세포 살상력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원료 확보는 더 어렵다. 

최 본부장은 "Ac-225는 Lu-117로 치료 후 암이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했을 때 높은 반응성과 낮은 부작용이 확인됐다"며 "테라파워와의 계약을 통해 최소한 임상 1상까지 사용 가능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고 했다. 다만 테라파워에서 생산하는 Ac-225는 non-GMP 원료로 임상 2상 이후에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Ac-225 공급을 위한 계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RPT는 FDA의 관련 규정이 전무해 대부분 non-GMP 상태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RPT는 동반 진단제를 활용해 미리 암세포 위치를 확인하고 치료를 결정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라며 "기전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사하지만 페이로드에 쓰이는 톡신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세포 구조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약효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DC 대비 이상반응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다만 RPT는 생산 후 7~10일 내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50% 수준으로 감소해 생산 후 빠르게 병원으로 운송하고 적시에 투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안정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곳은  테라파워 외에 거의 없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의 공급량이 적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다. 다른 기업의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의 순도가 보다 낮거나 생산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본격적인 생산에는 진입하지 않은 상태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상용화된 시장은 작지만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RPT를 중장기 성장을 위한 장기 투자영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축적한 저분자화합물 R&D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고 225-Ac 확보 측면에서 테라파워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SKL35501은 NST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저분자 RPT 후보물질로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다. NSTR-1이 다양한 고형암에서 주로 발현되는 만큼 향후 노바티스의 RPT 플루빅토나 루타테라처럼 적응증을 확장하는 방식의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본부장은 "SKL35501은 경쟁 약물 대비 항암 효능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투약 후에도 종양 특이적 분포가 장기간 유지됐다"며 "전임상에서 1회 투여로 종양 억제율이 93~99%까지 보고된 만큼 계열 내 최고 약물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은 RPT의 진단과 치료 두 영역에서 모두 R&D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 하반기까지 SKL35501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연내 IND 승인을 목표로 한다. 최 본부장은 "중국에서 전임상 이미징 스터디를 진행하고 임상 1상에 진입하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오는 2033년까지 신약 허가를 제출해 2034년 신약 승인을 주요 타임라인으로 잡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RPT 연구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문인력 채용도 이어간다. 또한 국내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협력해 전임상 연구 등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RPT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 2종과 전임상 후보물질 다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내부 R&D의 경우 지난해부터 RPT 연구에 착수해 현재 다수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Ac-225에 특화된 플랫폼 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추가적 에셋을 발굴할 수 있도록 외부 협력도 이어갈 것"이라며 "SKL35501 이어 오는 2025년 중으로 2개의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저분자화합물과 펩타이드에 집중해 바인더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이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해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 단계의 물질을 도입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RPT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제조·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RPT 신약 개발 역량 내재화도 추진한다. 글로벌 수준의 저분자화합물 설계 역량을 펩타이드를 포함한 RPT 신약 설계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생산의 경우 아직까지는 위탁생산(CMO)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최 본부장은 "RPT 진단제의 경우 이미 CDMO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치료제의 경우 증가하는 추세"라며 "노바티스의 경우 상업화된 제품(플루빅토·루타테라)이 있는 만큼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사는 최소한 임상 3상 단계에는 진입해야 자체 생산을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견고한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2분기 영업이익 260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이어 흑자를 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이 분기 기준 1052억원을 달성하며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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