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 수련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내년에만 약 40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다. 전공의의 수련환경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의료인력 양성과 수급관리에 3922억원을 투자하는 등 5년간 2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들이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데도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의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에게 연간 80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개원면허제'로 불리며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는 의료계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논의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해당 내용이 담긴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과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과목 전공의·전임의의 수당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의료인력 양성·적정 수급관리 예산을 올해 291억원에서 내년도 3922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수련 수당 외 수련을 지원하는 예산만 올해 35억원에서 내년도 313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해 전공의들의 수련 프로그램 내실화에 방점을 뒀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수련하는 인턴·레지던트를 통칭한다. 의사 면허를 딴 뒤 인턴으로 1년간 여러 과를 순환 근무한 뒤 전공을 정해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정부는 그간 전공의가 수련의 신분이면서도 과도하게 업무에 투입됐다는 지적을 수렴해 내년부터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그간 지도전문의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와 연구·당직 등 기본 업무에 전공의 교육까지 맡아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려웠다. 정부는 지도전문의 수당을 지급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병원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지도전문의의 밀착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집중 수련시간 활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부족한 임상 실습 기회를 보완하기 위한 임상교육훈련센터도 설치한다. 오는 2025년 강원대와 경상국립대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필수의료분야를 중심으로 임상술기 교육 지원도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한다.
막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들의 독립적 진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진료와 무관한 업무를 맡거나 인턴 과정을 마치고도 핵심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인턴들이 수련 중 지도전문의의 지도하에 난도가 낮은 의료행위를 중심으로 진료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수련기간은 기존 4∼5년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설정하겠다는 목표다.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 등 인턴제의 근본적 혁신에 관해서는 향후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공의로 수련하지 않아도 의사 면허만 있으면 개원해 진료를 볼 수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수련을 마친 의사만 진료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의 개원면허제를 검토한다고 밝혀 의대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또한 내년부터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도입한다. 현재 전공의의 70%가 수련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 높은 환자 위주의 임상 경험을 하기 때문에 전문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고 2차 의료기관 등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다기관 협력 수련 시범사업을 도입하면 중증 환자 외에 중등증 이하 환자에 대한 수련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필수의료도 경험할 수 있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들의 연속 수련은 24시간·주당 수련은 72시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후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오는 2026년에는 수련시간 단축을 제도화할 예정이다.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오는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0시간 수준으로 단축한다.
또한 수련시간 단축과 함께 전공의 1인당 적정 업무량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필수분야 전공의 등에 대한 연간 1200만원의 수련수당 지급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전공의 인력 양성 정책을 운용하고자 내년에는 제1차 전공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수련 실태 파악을 통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3년 주기 수련 실태조사도 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