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를 늘려 3기 신도시와 신규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을 댄다. 여기에 빌라, 오피스텔 등 신축 매입임대주택 10만가구를 내년까지 공급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신축 매입임대 현안 설명회를 열고 이와 같이 밝혔다.
LH의 부채 문제 때문에 3기 신도시 보상이 늦어지는 등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정부와 협의해 LH가 지켜야 하는 부채비율 상한선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이 사장은 "3기 신도시와 14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을 위해서는 사채를 더 끌어와 보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2027년까지 208%로 낮춰야 하는 부채비율을 2028년까지 233%로 변경하는 것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H 부채는 153조원이며, 부채 비율은 218%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며 LH가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추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준수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 공급 부족으로 LH 역할이 계속해서 커지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세운 지 1년여만에 부채비율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 사장은 "LH 부채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취득하는 구조라 5∼6년 후 토지를 매각하면 회수할 수 있다"며 "금융권 부채 83조원 중 국민주택기금이 45조원이고 사채가 40조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나 정부가 우려할 수준의 부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LH는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5만가구의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내년까지 10만가구 이상의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것을 목표 제시했다.
역세권, 생활 인프라가 구비된 지역에 신축되는 중형(전용면적 60∼85㎡)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등이 매입 대상이다.
LH 공급 매입임대주택의 절반인 5만가구는 소규모 단지 내 아파트까지 포함하는 분양 전환형으로 공급한다. 임차인은 6∼8년간 살다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입주 때 감정가와 분양 때 감정가의 평균)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말까지 LH에 접수된 신축 매입임대주택 매입 신청 건수는 10만3000가구다. 이는 예년의 4배 수준으로, LH는 내년까지 매입임대주택 10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LH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매입임대주택 지원 단가 인상도 정부에 건의한다. 지난해 정부 지원 단가 비율은 65% 수준으로, 매입임대주택 가구당 실제 매입 가격 평균 2억5000만원 중 1억6000만원이 정부 예산으로 지원됐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매입임대주택 지원 단가를 조정해 지원율을 72%로 높였다. 이는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LH는 2026년 86% 2027년 90%, 2028년 95% 등으로 정부 지원율을 9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사장은 "정부와 협의해 2028년까지 5개년에 걸쳐 지원 단가가 현실화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LH는 수도권 매입 물량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 매입 인력을 4팀 87명에서 9팀 200명으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택 품질에 대해서도 설계, 공사, 준공 단계마다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