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SC 변경 시 美 신약특허 14년 보호…키트루다SC 로열티 3천억
산도즈 히알루로니다제 SC제형 개발…ALT-B4 물질특허 2040년까지

ALT-B4 기술 설명. 사진/알테오젠
ALT-B4 기술 설명. 사진/알테오젠

글로벌 시장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바이오시밀러 피하주사(SC)제형 신약 개발 기술을 가진 알테오젠의 성장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널사 머크와 후발주자들은 2030년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SC제형 개발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통상 7~10년 가량 소요되는 바이오의약품 R&D 특성상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맥주사(IV)제형 대비 환자 편의성을 높인 SC제형을 조기 출시하는 게 시장 점유율과도 직결된다. 여기에 SC제형으로 변경한 의약품이 신약으로 재차 허가를 받거나 특허를 획득하게 되면 약가 방어에 도움이 되고, 경쟁 제품의 시장 진입도 장기간 차단할 수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에서는 바이오의약품 허가 시 바이오신약과 바이오시밀러로 구분되는데, IV제형에서 SC제형으로 제형이 변경되는 경우 성분이 같아도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바이오 신약으로 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셀트리온이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SC제형 제품을 '짐펜트라'라는 신약으로 허가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 'ALT-B4'에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LT-B4는 기본적으로 IV제형으로 개발되는 바이오의약품을 SC제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앞서 머크가 키트루다SC 개발을 위해 펨브롤리주맙과 ALT-B4의 사용권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머크가 올해 4분기 키트루다SC의 임상 3상을 마치기로 예정한 만큼 이르면 내년 FDA 승인과 출시까지 기대하고 있다. 특히 머크가 ALT-B4를 활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키트루다SC의 임상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알테오젠과의 파트너십은 머크의 주요한 카드가 됐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알테오젠이 받게 될 로열티를 2030년 기준 키트루다SC 예상 순매출액의 약 1.5%, 2030년 키트루다SC 매출이 키트루다IV의 특허 만료 후 예상 매출(약 20조원)의 60%까지 대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알테오젠이 수령할 것으로 추정되는 판매 로열티는 연간 3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알테오젠 매출이 471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트루다SC 로열티로만 매출이 8배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메디케어(공공의료보장제도)의 10대 의약품 약가 인하 협상을 마친 점도 알테오젠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올해 메디케어 협상에서는 의약품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9%까지 약가가 인하됐다. 미국 정부는 메디케어 지출 상위 품목 중에서 ▲2026년 10개 ▲2027년 15개 ▲2028년 15개 ▲2029년 이후 20개 등 순차적으로 약가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협상 대상은 FDA 승인 후 9년이 지난 케미컬의약품과 13년이 지난 바이오의약품이다. 미국에서 신약의 특허와 약가가 기본적으로 14년간 보호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리지널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특허 기간을 늘려 약가 인하를 막아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SC제형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알테오젠은 산도즈와 ALT-B4와 다른 히알루로니다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개발·기술수출 계약도 재차 체결했다.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의 계약을 기존보다 늘려 체결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추가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계약 조건은 산도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히알루로니다제 개발과 관련 판매 마일스톤 수취 등이다. 

권 연구원은 산도즈가 2028년과 2030년경 SC제형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옵디보와 티센트릭·오크레부스 등 할로자임 기술이 탑재된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의 SC제형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할로자임의 파이프라인을 볼 때 SC제형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한 제품은 오크레부스SC와 다잘렉스SC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할로자임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알테오젠의 유일한 경쟁자다. 알테오젠보다 빠르게 SC제형 변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만큼 할로자임의 특허 만료도 빠르다는 점은 알테오젠에게 유리한 요소다.

알테오젠은 "옵디보 등의 특허는 할로자임의 'PH20' 특허와는 별도로 특정 항체와 혼합한 SC제형에 대한 특허로써 법적 보호를 받는다"며 "PH20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돼도 혼합제형 특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조속한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한 신규 바이오의약품을 SC제형으로 개발하는 경우에도 PH20을 활용한 개발은 특허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알테오젠의 분석이다. 

알테오젠의 ALT-B4 물질특허는 최소 2040년까지 보호를 받는 신규 히알루로니다제다. 이에 따라 독점권 등 권리 보호 측면에서 신규 SC제형 개발에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알테오젠은 앞서 미국에서 ALT-B4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에 이어 권리범위를 주장하는 두 번째 특허까지 등록한 바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술을 통해 개발한 ALT-B4가 기존 재조합 PH20과 다른 점을 밝히고 진보된 기술이라는 점을 공인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럽의 경우 미국과는 규제 기준이 달라 제형이 변경돼도 바이오베터나 바이오시밀러로 판단한다. 짐펜트라 역시 유럽에서는 램시마SC로 허가를 획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당국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데 램시마SC의 경우 성분의 동일성을 보는지 제형의 차이를 보는지의 차이"라며 "유럽과 한국에서는 같은 인플릭시맙 성분이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로 판단한 데 비해 FDA에서는 제형적 차이에 중점을 둬 신약으로 분류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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