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SCFI에도 2만원 회복 실패…내년 4월 물량 더하면 2억7천만주

지난 8일 HMM 실사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3일 본입찰을 통해 HMM 매각이 결정된다. 사진/김성화 기자
지난 8일 HMM 실사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3일 본입찰을 통해 HMM 매각이 결정된다. 사진/김성화 기자

해운운임의 고공행진에도 HMM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해부터 계속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올해 10월에도 대규모 물량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MM으로서는 쌓여 있는 여유자금에도 방도가 없는 상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1만6480원으로 전날 대비 1.55% 하락한 상태다.

HMM의 주가는 올해 1월 말 2만원 이후 2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주가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SCFI는 지난해 9월 저점을 찍은 후 상승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 2000선 넘어섰으며, 7월 3733.80으로 2023년 이후 최고점을 보였다.

이에 따라 HMM 주가도 7월 3일 장중 2만800원까지 올랐으나 곧바로 하락세를 보였다.

HMM 주가는 산은과 해진공의 전환사채의 주식전환권 행사와 맞물려 있다. 올해 10월 산은과 해진공은 1억3200만주(6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다.

HMM은 산은과 해진공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이전에 중도상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계속해 HMM 주식으로 바꿔가고 있다. 2021년 10월에도 HMM은 6000억원 규모의 제19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에 대해 중도상환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4000억원 규모 제192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 및 6000억원 규모 제193회 무보증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올해 4월 1000억원 규모 제194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에 대해서도 중도상환권을 행사했다.

최근 5년 HMM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최근 5년 HMM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세 번의 중도상환권 행사에 해당하는 주식 규모는 약 3억 주로, HMM 상장주식수 7억4903만9496주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되면 물량이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율은 2021년 10월 주식전환권 행사 전 28.40%에서 올해 6월 주식전환권 행사 후 61.3%까지 올랐다.

2021년 3분기 말 당시 HMM은 1조8601억원의 이익결손금을 기록하며 상황이 좋지 않았으나, 이후 코로나19 특수를 겪으며 유동성이 크게 재고됐다. HMM은 상반기 누적 1조513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유동자산만 2조4084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이익잉여금도 10조원을 넘어 11조4892억원까지 증가해 중도상환권 청구가 부담되지 않는다.

최근 1년 HMM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최근 1년 HMM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올해 2분기 SCFI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HMM 주가가 방어되는 듯 했지만, 7월 SCFI가 꺾이고 산은과 해진공의 주식전환권 행사시점이 다가오면서 주가도 힘을 못쓰는 모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닌 점도 문제다. 산은과 해진공은 올해 10월에 이어 내년 4월에는 1억4400만 주(7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10월과 4월 물량을 더하면 현재 상장주식수의 약 37%에 이르는 주식이 또 풀리는 것이다. 이후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약 72%까지 상승한다.

이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 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 약 9조원이 넘어선다.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이 HMM에 지원한 금액은 2016년 이후 산은이 약 2조8000억원, 해진공이 약 4조1000억원 등 총 6조9000억원으로 2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으로서는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시 더 큰 수익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는 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또한 향후 HMM 민간경영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산은과 해진공의 높은 지분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앞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시도시 몸값으로 약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이 70%를 넘어 간다면 몸값은 통상 20%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소 10조8000억원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이 70%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재매각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져 주가가 힘을쓰지 못하고 있다"며 "산은과 해진공과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 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로서 주가 방어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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