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시장이 중소기업 매출 신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조달사업 기준 60조 91억원 중 중소기업 계약 규모는 43조 8,643억원으로 73.1%를 차지하였다. 2024년 6월 현재 중소기업 계약 비율은 73.9%를 차지할 만큼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조달시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산 절감과 중소기업 지원 사이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조달시장에서는 낮은 예가 산정에 따른 저가 입찰로 인해 혁신기술 제품에 대한 진입이 제한됨에 따라 혁신제품이나 기술을 대상으로 우선구매, 수의계약 등이 가능한 혁신제품 지정제도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제품에 대한 구매실적은 2020년 1,876억원, 2021년 2,976억원, 2022년 4,678억원, 2023년 7,936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혁신제품 지정제도는 다음 세 가지 트랙으로 운영되는데 첫째, 중앙행정기관에 의해 수행된 R&D 결과물 둘째, 상용화 전 혁신 시제품, 셋째, 기술인정 혁신제품을 의미하며 조달청의 조달정책심의회에서 지정된 제품을 말한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지정 후 최대 6년간 수의계약 대상이 되며, 각 기관의 구매 담당자는 혁신제품 구매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운 구매면책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혁신제품 지정 대상은 혁신성장지원 분야, 국민 생활문제 분야, 정책지원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혁신성장지원 분야로 지정이 가능한 품목은 미래자동차, 드론, 에너지신산업, 바이오 헬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 로봇, 인공지능(AI), 탄소중립 등이다. 국민 생활문제 분야에는 안전, 환경, 건강, 복지, 교육, 문화, 치안에 관한 제품이 포함된다. 정책지원 분야로는 수소기술, 무탄소 전원, 우주산업, 자동화 항만・선박시스템, 저출산 대응 관련 제품을 들 수 있다.
이처럼 혁신제품 지정제도를 통한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 및 혁신 시제품에 대한 우선구매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높지만,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 비율이 낮은 점이 개선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혁신제품의 판로 부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구매력을 활용하여 혁신제품에 대한 초기수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제품 지정제도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판로개척 및 민간시장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혁신제품은 각 부처가 선정하거나 조달청이 선정하는 방식이 있으며 가장 활용 빈도가 높은 조달청이 지정하는 방식에는 공급자 제안형(혁신기업)이나 수요자 제안형(공공기관)이 있다. 하지만 혁신기업이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2021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부터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동 제도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혁신적 잠재기술을 가진 제품과 기술을 조기에 발굴하여 조달시장에 진입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조달시장 밖에 있는 유망한 혁신기업 제품을 현장에서 직접 발굴하여 혁신제품으로 지정하고, 조달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조달시장에 혁신제품 유망주를 발굴 추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혁신제품 스카우터는 기술, 금융, 기업, 창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1년 18명, 2022년 33명이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 부족 등으로 조달시장 진입 및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혁신기업이나 기술력이 우수한 혁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조달시장 활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유망기업을 발굴하여 추천하게 된다. 이렇게 추천된 제품은 조달청 평가 절차에 따라 사전평가 및 데모데이(국민평가) 등을 거쳐 혁신제품으로 지정하게 된다.
혁신제품에 혁신조달 및 우수 조달의 확대를 통해 기술혁신제품에 대해서는 원가를 보전해 주고 있어 그동안 저가 입찰에 대한 문제점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일선 산업현장에 숨어있는 혁신 강자들을 발굴하는데 혁신제품 스카우터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혁신제품 스카우터 제도가 산업현장에서 가성비 좋은 혁신제품과 기술을 발굴하여 예산 절감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한다.
성남시혁신지원센터장 김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