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발표후 시장 기대 크나 전문가들 0.25%p 무게
한국은? 가계부채 급증 등 고려하면 11월에나 가능할 듯
오는 18일(현지시간) 끝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된 가운데 인하 폭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의 8월 고용 증가 폭이 다소 반등하긴 했으나 예상보다는 부진했다는 점에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와 미국의 경기는 여전히 견고해 금리 인하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미국 8월 고용 증가 14만2000명…실업률 4.2%
8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고용 증가 폭은 종전 발표 때의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8월 고용 증가 폭은 7월보다는 커지긴 했으나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폭(20만2000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6만1000명)도 밑돌았다.
7월 지표의 하향 조정 역시 미국의 고용 사정이 시장의 예측보다 더 약화했음을 시사한다. 앞서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7월의 고용 악화가 일시적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8월 지표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와 발표된 8월 실업률은 7월(4.3%) 대비 낮아진 4.2%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 수준에도 부합한 수치였다. 앞서 발표된 7월 실업률은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예상을 밑돈 8월 고용 상황은 미국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재차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준이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일반적인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빅컷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만 고용 증가 폭이 7월 대비 다소 반등한 데다 실업률이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고용 지표만으로는 연준의 행보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69%로 반영했다. 다만 50bp 인하 확률은 최종적으로 31%로 반영됐으나 장 중에는 55%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우려했던 고용시장 및 소비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보여준 가운데 물가 압력도 미 연준의 목표 수준에 다가섰다"며 "9월 연준은 빅컷보다는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며 이후에도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25bp 수준의 질서 있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경기, 침체 국면 아직 아냐…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 조정해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경기가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는 과한 불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9월 금리 인하가 개시된다는 예측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는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의) 정의가 마련돼 있는데 현재 잠재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기준점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 내외일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과 임금 상승률이 줄고 실업 기간이 늘고 있다는 점은 미국 노동시장 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과거 경기 침체와 달리 양호한 노동 수요 지속으로 여전히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 과열 후 다시 예전 추세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베버리지 곡선이다"라고 부연했다.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신증권 이하연 연구원은 "이번 주 8월 CPI(소비자물가지주) 및 PPI(생산자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시장은 물가상승률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며 "앞서 발표된 2분기 단위노동비용은 시장 예상 및 잠정치를 하회해 더 이상 고용시장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 줬다"고 짚었다.
이어 "물가 하향 안정으로 경기 여건 대비 실질금리가 과도하게 높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은 금리 정상화 차원에서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를 촉구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고용시장이 크게 망가지지 않는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로 인한 물가 추이를 점검하면서 추후 인하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 한국 기준금리 인하는 11월?…열쇠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사실상 9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국내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로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현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꺾기 위해 1주택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꺾이지 않는 대출 수요에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까지 주담대 열차 타기 열풍이 거세지고 있어 이 총재가 우려한 가계부채와 부동산은 아직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가 11월에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두 달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이 총재는 10월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 "3개월 시계에는 10월과 11월이 다 포함된다"며 "10월에는 여러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