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3분기 실적 기대치 못 미칠듯
D램 가격 상승세 꺾이고 HBM3E 납품 불확실성도 작용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하향세를 타면서 증권가도 목표주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스마트폰, PC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의 수요 부진이 예상되며 3분기 실적 역시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급 주체가 D램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대한 우려,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작 역량 등을 의심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는 점도 주가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증권가 "스마트폰·PC 수요 부진…3분기 실적 하향 조정"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만전자'가 본격적으로 깨진 지난달 2일부터 지난 6일까지 삼성전자의 주가는 15.5% 하락했다. 지난달 7만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이달 들어 다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 5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6만전자'까지 내려오며 바닥없는 추락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 연기금 등 투자 주체들의 코스피 순매도 1위에 이름을 올린 종목도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무려 3조7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으며 기관(1조9256억원), 금융투자(1조3773억원), 투자신탁(2212억원), 연기금(1436억원) 등도 삼성전자 주식을 줄줄이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를 향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하는 등 조정에 나섰다.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하며 가장 '장밋빛 전망'을 이야기했던 KB증권은 이날 발간한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5000원까지 낮췄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 축적을 지속한 스마트폰, PC 업체들은 3분기 현재 신제품 수요가 예상을 하회하고 있어 하반기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구매에 보수적인 전략을 택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을 존 대비 각각 15%, 11% 하향한 37조9000억원, 57조7000억원으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은 이전 분기 대비 7.3% 감소한 9조7000억원으로 추정돼 컨센서스 영업이익(13조7000억원)을 하회할 것"이라며 "이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B2C 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 감소와 일회성 비용(PS) 반영 및 가동률 부진에 따른 LSI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3분기부터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가 매우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PC 등 B2C 제품군의 수요 부진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 제품(스마트폰, PC)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스마트폰, PC 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B금융투자도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78조9000억원, 11조1000억원으로 전망하며 시장 예상치를 6%, 19% 밑돌 것으로 추정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만원 하향한 10만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 서승연 연구원은 "부품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 중인 세트 고객사들이 4분기 메모리 판가 상승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더딘 B2C 수요 개선으로 모바일에 편중돼 있는 S.LSI(시스템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흑자 전환은 요원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현대차증권도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존 추정치에서 각각 7.2%, 19.7% 밑도는 81조7000억원, 11조8000억원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6000원 하향한 10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여전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경쟁 심화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의 원가율 상승이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1년 만에 꺾인 D램 가격…반도체 다운사이클 오나?

반도체 업황이 회복된 지 1년 만에 D램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투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PC용 D램 레거시(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5달러로 전월 대비 2.38%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 5∼7월동안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하락 전환했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인 D램 현물 가격도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971달러로 지난 7월 24일 2달러 대비 1.5% 떨어졌다.

DDR4 16Gb 2666 제품 가격 역시 7월 23일 연중 최고가인 3.875달러 대비 1.6% 하락한 3.814달러로 나타났다. 통상 D램 현물 가격은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한다.

D램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2022년 2월 이후 1년 반 정도 하락 국면을 이어갔고 공급 업체의 감산과 수요 업체의 재고 소진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반등한 바 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AI(인공지능)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시클리컬)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발간한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예측하기도 했다.

◆ 주가 부양의 열쇠는 결국 HBM…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고

스마트폰, PC 등에 사용되는 D램의 수요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AI나 서버용에 사용되는 제품들은 여전히 견고한 수요를 자랑하면서 'D램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HBM, DDR5 등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하반기에도 공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돼 D램 수요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2025년 D램은 HBM3E 출하 비중 확대와 범용 D램의 공급 제약으로 분기별 평균판매가격(ASP)의 점진적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HBM의 가장 큰 수요처인 엔비디아 공급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주가를 정체시키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자리하고 있다.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9월 중에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 HBM3E 8단 출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CY25 수요에 대비해 삼성전자 HBM3E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나 HBM3E의 올해 매출 비중이 가이던스(전망) 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기적으로는 HBM과 같은 '니어 메모리(Near Memory)'가 범용 반도체의 수요 변동성을 줄여주는 완충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 연구원은 "AI 데이터 센터의 경우 완성도를 높인 3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루빈(Rubin·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이 HBM 비트(Bit) 성장을 크게 견인할 것"이라며 "새로운 AI 어시스턴트를 장착한 애플이 모바일 HBM 시대를 개화시키면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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